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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특별한 기억

다시 가고 싶은 섬 '장도'

 

신안 장도 물빠진 해안

 

 

섬 영상 컨텐츠를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섬에 대해 많은 자료조사와 공부가 필요했다. 일반인이 작성한 블로그는 물론 지자체에서 제작한 영상, 다양한 문헌 등을 통해 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특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연구 목적으로 발행된 출판물을 PDF 형태로 볼 수 있고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내용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사이트를 이용한다.(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바로가기)

 

 

 

 

장도를 가다

 

 

육지에서 가까운 섬은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편이라 가급적 멀리 떨어진 섬 리스트를 뽑았다. 가고 싶은 섬 대부분은 인천과 전남 지역에 분포되어 있고 추리고 추려 꼭 가봐야 할 섬 다섯 곳을 선정했다. 그중 첫 번째가 장도다. 흑산군도 12개 섬 중 대장도, 소장도가 포함된 섬을 총칭하여 장도라 부르는 3㎢의 작은 섬이다. 2003년 대장도 산 정상에 90,414㎡ 면적의 습지가 발견되면서 습지의 섬이라 불리게 된다.

장도를 가기 위해선 목포 연안여객터미널을 통해야 한다. 흑산도, 홍도행 쾌속선을 타고 2시간쯤 달려 흑산도 도착 후 하선하고 흑산도 여객 터미널 우측에 위치한 예리항으로 이동하면 장도행 종선이 배 들어올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 흑산도에서 장도까지는 20~30분 소요된다. 


※흑산군도(흑산도, 홍도, 다물도, 대둔도, 영산도, 소장도, 대장도, 상태도, 중태도, 하태도, 가거도, 만재도)

 

 

 

신안 장도 소장도

 

섬에 도착하니 길게 늘어선 소장도와 마을 뒤를 든든히 버티고 있는 습지의 섬 대장도가 맞이한다. 장도에 가겠노라 마음먹은 후, 발 딛기까지 1년이 지났다. 섬에 가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생각하겠지만 갑자기 들어온 업무로 인해 일정이 미뤄지거나 여행 당일 배가 결항되는 경우, 섬이 꽃단장하고 가장 밝게 빛나는 날은 일정과 운때가 맞아야 하며, 어쩌다 여유가 생겨 일정을 잡으면 날씨가 흐려 다른 날로 변경해야 되는 경우 등 원하는 때에 맞춰 섬을 가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왼쪽 소장도 / 우측 상단 대장도

 

 

할머니 댁에서 본 장도 풍경

 

도착하고 배에서 내리던 중 할머니 한분이 양손에 짐과 가방까지 매고 흔들리는 배에서 불안정한 자세로 휘청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짐을 들어드리겠다고 하니 됐다고 손사래를 치시는데 직접 들어보니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무릎이 아파 며칠 목포에 있는 딸네 집에서 생활하며 병원에 다니다 답답해서 섬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집까지 가는 길은 야트막한 언덕길인데 무릎이 아파 병원에 다녀오신 분이 그 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도착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평상에 앉은 할머니는 잠시 후 일어나 낮은 돌담 너머 보이는 장도 앞바다를 가리키며 구수한 사투리로 말씀하신다.

 

 

"여그서 보쇼"

 

"월매나 좋소"

 

"여그 오믄 맘이 탁 놓여븐디 목포에 갇혀 있으니 깝깝해 죽겄습디다"

 

"딸은 더 있다 가라해도 내가 맴이 답답해서 들어와부렀소"

 

"안그래도 깔끄막 올라올 일이 깝깝했는디"

 

"고맙소. 덕택에 편하게 왔소"

 

 

할머니 말씀을 들으니 과거 어떤 이가 떠오른다. 본디 섬사람이었던 그는 이미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가득 채운 소주잔을 연거푸 비우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울먹이며 말했다. "섬 안에 살 땐 그렇게 답답해 죽을 것 같았는데 뭍에 나와 살다 보니 섬이 그립네요."

 

시원한 물 한잔을 얻어마시고 평상에 앉아 할머니 말씀을 좀 더 듣다 숙소를 찾기 위해 일어났다. 섬 여행에서 숙소는 대부분 민박을 이용한다. 비박할 수 있는 장비와 먹거리를 챙겨 다니지만 취재가 동반된 여행이기에 민박집 주인에게 듣는 이야기는 섬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슈퍼와 식당이 없는 장도에는 민박이 하나 있는데 식사는 제공되지 않으며 숙박 가능 여부는 방문 전 꼭 확인해야 한다. 민박을 이용할 수 없을 경우 장도 이장님에게 문의하면 된다. 

※샬롬민박 010-3631-4867 / 장도 이장 김창식 010-8610-1882

 

 

 

물 빠진 장도 앞 바다

 

 

 

숙소 도착 후 가벼운 짐만을 챙겨 바다로 향했다. 물이 빠진 해변에 드러난 바위에는 파래와 미역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한분은 이미 검은 비닐봉지에 며칠은 먹을만한 양의 파래를 담아 돌아가는 중이고 민박집 주인은 바위에 붙은 파래를 따기 위해 미끄러운 바위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고 있다. 위태해 보이지만 수천번은 해왔을 일이다.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장화를 신고 지탱할 수 있는 바위틈을 찾아 몸을 고정 후 여유롭게 파래를 딴다.

 

 

 

 

 

 

섬은 내가 그려왔던 풍경의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름빛이 더해져 입체감이 넘치고, 파란 하늘과 바다, 해의 기운을 잔뜩 받아먹은 산의 푸르름에 흠뻑 취해 있을 무렵 소장도 방향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해녀다. 제주와 통영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해녀의 물질하는 장면은 흑산군도 12개 섬 어딜 가나 볼 수 있다. 하늘은 맑았지만 바람이 불고 제법 파도가 치는 날이었음에도 태왁에 몸을 의지한 체 바다에서 4~5시간의 작업을 견뎌낸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파도소리, 바람소리 외에 노랫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이동하면서는 노래를 부르고 잠영 후에는 참았던 숨을 길게 내뱉는데 내게는 휘파람 소리처럼 들렸다. 섬 내 여성의 대부분은 해녀다. 그래서 장도의 또 다른 이름은 '해녀섬'이다.

 

 

 

 


 

 

 

 

섬 내 유이한 아이들 승우와 승재

 

 

선생님 한분과 승우, 승재 두 형제가 지키고 있는 장도 초등학교. 5학년인 형 승우와 1학년인 승재는 선생님과 함께 재미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선생님과 함께 닭을 직접 키워 얻은 달걀을 마을 주민과 나누는 '달걀나눔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방문 당일 닭장을 청소하기 위해 준비하는 두 형제를 볼 수 있었다.

 

왼쪽 승우, 오른쪽 동생 승재

 

 

방문 당시 코로나 1단계로 인해 전국 초등학교가 휴교령이 내려진 시기였다. 장도 습지를 가려다 학교가 보여 들어섰더니 막내 승재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마침 선생님이 나오셔서 학교 쉬는 거 아니냐 물었더니 작은 섬이기도 하고 아이들도 집보다는 학교 오는 걸 좋아해 쉴 수 없다고 한다. 

 

 

 

 

닭장 청소는 닭장을 옮긴 후 바닥 모래를 교체하는 작업이다. 형 승우는 큰 삽을 동생 승재는 모종삽을 들고 모래를 담기 위해 해변으로 향한다. 섬에서만 살면 답답할 것 같아 승재에게 물었더니 딱히 심심한 건 없다고 한다. 학교 오는 게 재밌기도 하고 동네 다른 친구나 형들은 장도를 떠나 목포에서 학교를 다니지만 주말에 잠깐 섬에 들른다고 한다. 학교 들어서기 전 배를 타기 위해 열심히 뛰어가던 녀석이 그중 하나인가 보다.

 

 

어제와 같은지 달걀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제가 키웠어요" 

 

섬에 다녀오고 촬영한 영상을 선생님께 보내드렸더니 승우가 사진과 영상에 관심을 보이며 배우고 싶다고 한다. 한 달 후 재방문 계획을 잡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확산세로 접어들어 미뤄야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가지 못했다. 

 

 

 


 

 

 

장도 습지

 

습지 올라가는 길 데크에서 본 소장도

 

숙소에 들어와 잠시 땀을 식히고 습지로 향했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구에서 습지 감시하는 분을 만나고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습지 보호 문제로 방문 전 신안군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장도 습지 감시원에게도 탐방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습지 진입 전 데크만 밟고 습지 정상부는 드론 컷으로만 볼 수 있었다. 아쉽지만 습지 탐방은 다음으로 미루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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