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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네/유달네 소개

네이밍 스토리

옥상 풍경 집 정면으로 유달산이 보인다

 

 

작업실 옥상 낡은 폐비닐하우스

 

 

작업실 옥상에 낡은 폐비닐하우스가 있다. 뜯기고 찢어지고 나풀거린다. 군데군데 상한 곳이 많아 바람 따라 흐느적거리는 비닐과 비닐의 마찰은 백색소음을 만들어 낸다. 물론 강한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옥상과 폐비닐하우스, 이 집이 마음에 들었던 순간이다. 

 

 

낡은 폐비닐하우스 / 동명동 일몰 / 비닐하우스에서 맥주 마시기

 

 

 

이사 후 대충 짐을 정리하고 옥상에 올라갔다. 유달산 뒤로 해가 지면서 만들어내는 따스한 봄빛이 동명동을 주황빛으로 물들인다. 고층 건물이 없어 유달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풍경과 일몰, 술을 부르는 장면이다.

 

이 동네는 고요하다. 저녁이 되면 간간히 들리는 자동차 소리와 먹이 다툼하는 길고양이 소리, 동명항에서 들리는 뱃고동 소리 외에는 시골처럼 조용하다. 낮이면 집 근처 놀이터에서 들리는 어른들 대화 소리, 아이들 소리, 뒷골목(김치 골목)에서 놀이 삼아 치는 화투판에서 오가는 소리(가끔 작은 다툼도 일어난다)를 제외하면 도시에서 많이 듣던 소음은 거의 없는 편이다.

 

 

 

 

비내리는 동명동 / 놀이터 어르신

 

 

 

이사 오고 슈퍼에 라면을 사러 갔다. 슈퍼 아저씨가 처음 보는 얼굴이라며 여행 왔느냐 묻는다. 이사 왔다고 답하고 궁금한 게 많아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그중 김치 살만한 곳이 어디냐 물었더니 바로 집 뒤편이 김치 골목이라고 한다. 본인도 부부 둘이라 김치 담그기 귀찮아 사 먹는데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라고 꼭 먹어보라고 한다. 그 외 다른 여러 가지 질문과 친절한 설명을 듣고 나는 그 가게의 단골이 됐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집 뒷편 김치골목(정말 맛있다)

 

 

 

섬을 갈 수 없다

 

 

동네에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매일 아침 동명항과 삼학도를 걷는다. 진행되는 일과 계획은 대부분 이 시간을 통해 생각하고 정리한다. 나는 섬을 촬영하기 위해 신안으로 이사 왔고 현재 목포에 살고 있다. 섬 촬영은 최소 2박 3일, 길게는 4박 5일 정도로 진행되는데 촬영 후 리뷰, 사진 보정, 영상 편집, 카피, 음원 선택 등 많은 일들이 남아 있어 보통 후반 작업과 편집이 촬영 일정의 두배 이상 소요된다. 의도했던 편집 방향과 현장에서 느낀 감상이 다를 경우, 기상 상태에 따라 원하는 컷을 얻지 못했을 경우, 분위기에 맞는 음원을 찾지 못했을 경우 등 편집을 방해하는 요소는 많다. 머리가 꽉 막히면 어김없이 동명항과 삼학도를 걸으며 방향과 스토리에 대해 고민한다. 신안에서의 뚝방길과 같은 역할을 지금 동명항이 대신해주고 있는 셈이다.

 

 

동명항

 

 

2020년은 많은 준비와 시도가 있었다. 계획돼있던 일도 많았고 가시적인 성과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들이 멈췄다. 서서히 진행하려던 하반기 행사들은 종교단체와, 이태원 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모두 취소돼버렸다. 서울이 1단계일 때 목포에서 두 명, 신안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그때만 하더라도 섬을 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815 집회 이후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섬을 가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섬 내부에서도 외부인이 오늘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지금 이 심각한 시기임에도 섬에서 백패킹, 캠핑하는 유튜버들이 많은데 작은 섬은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옹기종기 모여사는 작은 마을에서 한 명이라도 전염되면 그 마을 전부가 감염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섬 내 주민들 다수가 고령이라 조심해야 함에도 컨텐츠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기적인 유튜버들이 많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옥상 폐비닐하우스 유달산 일몰

 

 

 

마냥 멈춰있을 순 없다

 

 

코로나로 인해 제한은 늘고 일은 줄었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물리적으로 한 달에 촬영할 수 있는 섬의 개수는 최대 4개, 이마저도 섬을 가지 못하면 어렵고 과거에 촬영했던 것들에 대한 편집은 끝났다. 하릴없이 옥상에 앉아 동네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고 재활용 박스엔 맥주캔이 쌓여간다. 얄밉게도 참 이쁜 일몰은 속 타는 내 마음은 모른 체 의미 없이 흘러가는 매일을 마감한다.

 

일이 안 풀릴 때면 습관적으로 책을 읽거나 걷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몰아본다. 뭔가를 찾거나 딱히 답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 시간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 보낸 후 백팩에 카메라와 물,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 작정하고 동명동을 시작으로 목포를 돌아다녔다.

 

 

3.23k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목포 해상케이블카

 

 

유달산을 기점으로 유달동, 만호동, 근대문화역사공간, 북항, 기차역, 여객터미널, 케이블카 등 꼼꼼히 스케치했다. 그렇게 며칠 자료 조사를 하고 컨텐츠 네이밍을 정했다. 최초엔 '우리동네'였다. 동네 한번 찍어보자. 동네 한번 돌아보자. 동네 구경하자 등의 가벼운 접근으로 시작했기에 큰 고민 없이 '우리동네'로 정하고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로고 변화 과정

 

옥상에서 노는 동네 고양이 / 유달이(왼쪽)와 주일이(오른쪽)

 

 

옥상에서 바라본 유달산의 야경과 옥상에서 노는 동네 길고양이들 맞은편 집 옥상에서 노는 길냥이 유달이와 주일이를 모티브로 로고 작업을 마쳤으나 현재 살고 있는 목포를 특정하기 어려워 변경하기로 했다. 유달빛, 옥상달빛, 유달리 특별한, 유별난 동네 등 많은 고민 끝에 '유달이네'로 변경했다. 소리 내어 읽어보니 발음이 불편하여 좀 더 편하게 불릴 수 있어야겠다 싶은 생각에 '이'를 빼고 '유달네'로 최종 네이밍을 확정하고 디자인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2021/01/03 - [유달네/유달네 이야기] - 브랜딩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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