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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사람을 잇다/잇섬 이야기

나는 왜 섬에 가나

압해도 갯벌, 갯골 멀리 보이는 대섬

 

 

지겨웠던 편집 디자인

 

 

15년의 편집 디자이너 생활, 이미지를 검색하고 밤새 글자와 씨름하며 컴퓨터가 버벅거릴 정도로 수많은 레이어를 쌓아놓고 포토샵으로 합성작업을 한다. 그렇게 완성된 이미지에 텍스트를 배치하고 검토와 수정을 몇 차례 거친 후 인쇄를 넘기면 제작물이 완성된다. 지겨운 일상의 반복이었다.

 

디자이너들의 고질병인 피하고 싶은 손님 디스크가 찾아왔고 스탠딩 데스크를 이용해봤지만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일은 번거롭고 귀찮다. 이 생활을 그만둬야 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우연히 보게 된 외국 작가의 타임랩스 작품은 나를 영상 세계로 안내했다.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타임랩스는 순식간에 피는 꽃, 급격히 바뀌는 사계절, 순식간에 뜨고 지는 일출, 일몰 등 원래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된 촬영 기법이다. 

 

내가 봤던 외국 작가는 노르웨이를 무대로 주로 풍경을 촬영했다. 물론 노르웨이의 풍경이 압도적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 차치하더라도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 흐름, 스토리 등에 매료됐으며 그때부터 미친 듯이 타임랩스 영상에 빠져들었고 자전거를 이용 한강에 다니며 습작을 만들어나갔다. 영상을 담는 여행이 늘어가고 달력에나 들어간다고 무시하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여행지보다는 조용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고 일출, 일몰을 촬영하기 위해 백패킹을 시작했다. 그렇게 영상에 눈을 떠갈 때쯤 유튜브에서 '굴업도'라는 섬을 보게 된다. 백패킹의 성지, 환상, 신비라는 수식어가 붙는 섬이다. 나는 미사여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글과 컨텐츠를 좋아하지 않으며 직접 경험하고 보지 않으면 쉽게 믿지 않는다.

 

기항지에서 대기하는 30분 포함 총 3시간 넘게 배를 타고 도착한 굴업도는 입도하는 순간 다른 세상에 온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천천히 걸어도 금방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낮은 산, 섬과 섬을 연결하는 치즈처럼 길게 늘어진 해변, 물 빠진 해변에 보이는 기암괴석, 녹음으로 뒤덮인 개머리 평원과 언덕 등 조그마한 섬에서 보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다웠다.

 

 

물빠진 목기미 해변과 사구
연평산 정상에서 바라본 굴업도, 왼쪽 중간 치즈처럼 늘어진 해변
개머리 평원과 연편상 오르는 길

 

 

연평산 정상에 오르면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운 날이면 나무와 바위가 만들어준 그늘 사이를 지가 나는 시원한 바람이 있고 섬 모든 곳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터, 바람소리, 파도소리, 새소리 그리고 산을 뛰어다니는 사슴도 볼 수 있다. 나는 연평산 정상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제주와 통영이 아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 중 내가 가보지 못한 알지 못하는 섬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굴업도 여행을 계기로 섬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섬은 얼마나 될까?

 

 

섬에 관심이 생기면서 우리나라 섬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봤다. 섬 여행을 몇 번 다녀보긴 했지만 육지에서 가까운 섬이 대부분이었고 멀리 떨어저 있는 섬이라곤 제주도 정도만 가본 터라 어림짐작 많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이며 해양수산부 통계자료(표1)에 따르면 유인도 482개 무인도 2,876개이며 2,165개의 섬이 전남에 밀집되어 있다.

 

섬이 많은 것도 놀랐지만 70%의 섬이 전라도 지역에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유년시절의 대부분은 순창에서 보냈고 이후 전남 화순과 광주에 살았었다. 학창 시절 완도나, 고흥 녹동, 진도 등 섬 출신의 친구들과 하숙·자취를 하며 부대끼고 살았던 시간만 3년인데 그 많은 섬이 전라도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표1. 대한민국의 섬

 

 

특히 1,025개의 섬이 있는 신안(표2)은 74개의 유인도와 951개의 무인도가 있는 한국에서 가장 섬이 많은 지역이다. 지금은 목포로 이사 왔지만 2019년에 신안에 잠깐 살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표2. 한국 섬과 신안의 섬 유,무인도 비율

 

 

 

 

 

섬이 사라진다

 

 

인구 고령화와 도서지역을 벗어나고 싶은 젊은 층으로 인해 무인화되어가는 섬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무인화 도서 수 추계'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는 2066년에 무인화되는 섬 100여 개가 늘어날 거라 전망하고 있다. 섬이 속한 지자체의 출생률과 사망률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다. 

 

섬 여행을 하다 보면 지역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섬 방문 전 블로그나 관련 서적을 이용, 목적지에 대한 사전 지식을 쌓고 방문해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은 당일 또는 1박으로는 시간이 부족하고 최소 2박 3일은 체류해야 이야깃거리와 편집 분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섬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섬이나 본인이 흙 밟고 배 띄우는 섬이 최고라 한다. 가령 다른 섬에서 '이런 부분이 좋았어요' 또는 '이런 해산물이 맛있었습니다'라고 하면 '우리 섬도 이러쿵저러쿵'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런 사소한 대화를 시작으로 섬에서 풍경이 빼어난 곳, 특산물, 섬의 문화나 환경, 섬의 역사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 끝에 젊은 사람들이 섬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다.

 

고기 잡아 자녀들 대학 보내고 결혼까지 시켰지만 자녀들이 뭍에 나와 같이 살자 해도 섬이 편하다고 한다. 오랜 기간 섬에서 살았고 눈 뜨면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다 소음으로 뒤덮이고 빽빽한 콘크리트가 들어서 있는 도시를 보면 재미가 없다고 하면서도 교육, 의료, 교통 등의 정주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섬의 무인화는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섬이 좋아 찾아다니지만 무인화되어가는 섬이 늘어날수록 내가 갈 수 있는 섬은 줄어든다.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섬을 갈 수도 없거니와 무인도를 가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뱃삯은 섬에 따라 다르지만 왕복 30~50만 원선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섬 촬영해서 뭐 하려고?

 

 

우이도 돈목 해변 일몰

 

영상 촬영한다고 지방에 내려가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질문이다. 위에 나열한 섬이 많고 무인화가 되고 그래서 나는 섬을 알리고 싶다. 이런 거창한 건 아니다. 혼자 떠난 몇 번의 섬 여행에서 재미를 느꼈고 프레임에 가두는 게 아쉬울 정도로 섬의 풍경은 아름답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다. 배를 타고 가는 설렘도 있다. 섬에서 나고 자란 해산물과 채소, 나물로 내어주는 맛있는 민박집 밥상도 있다.

 

물론 섬이 속한 지자체의 방송국과 지상파에서 섬 관련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어영차 바다야, 한국인의 밥상, 섬 관련 예능, 다큐 등 굳이 나를 통하지 않아도 미디어에서 관련 정보나 자료는 충분히 찾고 볼 수 있고 백패커, 캠퍼를 통해 섬 영상은 유튜브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도 아니며 내가 만든 영상 또한 재밌진 않다. 딱히 재밌게 만들 생각도 없다. 가볍고 재밌는 컨텐츠는 많고 그런 컨텐츠를 만들 수도 없으며 내 성향, 감성과 맞지 않다. 그래서 영상 퀄티리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 발바닥에 페인트를 칠하고 돌아다니면 섬 구석구석 내 발도장이 찍혔을 정도로 많이 걷고 본다. 작업실로 돌아와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만 영상을 만들고 나서 느끼는 부족함은 어쩔 수 없다.

독도 문제도 그렇지만 최근 기사에서 서쪽 끝 섬 우리 영토, 서해의 독도라 불리는 '격렬비열도'를 중국인이 사들이려고 했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는 최근이지만 그러한 시도는 한참 전이이었다. 사유지였던 격렬비열도를 중국인이 16억에 매입하려 했고 소유주가 20억을 요구하자 결렬됐다. 만약 중국에 팔렸다면 어장과 영토 문제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다행히 2014년 12월 격렬비열도에 대해 외국인토지거래제한조치를 내렸고 이후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예비 지정되었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섬은 해양영토 확보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이자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낙후된 생활환경과 지리적 특수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섬 지역 주민들 소득증대와 복지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 나가겠다.”

 

앞서 언급했듯 섬을 가는 이유가 거창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영상은 남는다. 내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작한 영상을 보며 섬을 공부하듯 누군가 내가 만든 자료를 보고 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섬이 많은 만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섬이 많다. 삼시세끼 방송 전 '만재도'와 '죽굴도'를 누가 알았을까. 먼저 유인도 중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 위주로 촬영하고 좀 더 익숙해지면 무인도를 가볼 생각이다. 내가 하는 일이 미약하나마 섬을 소개하는 데 있어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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